"PF 대출 연체했다고 3분의1 가격에 팔라니…"

입력 2024-05-08 17:47   수정 2024-05-16 17:01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를 연체한 사업장에 대해 자산 가격의 70% 수준까지 할인 매각하도록 지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비를 포함한 사업비를 낮춰 개발사업이 재추진되도록 해 시장 정상화 속도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선순위 대출자조차 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돼 부동산 금융시장 자체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8일 개발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저축은행뿐 아니라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업계도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를 3개월마다 진행해야 한다. 새로 입찰할 때마다 입찰가는 10%씩 낮아진다. PF 대출의 연체 기간이 6개월을 넘어간 사업장이 대상이다.

문제는 매각 가격이다. 금융당국은 경·공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산 가격의 최대 70%를 할인하라는 지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억원으로 평가해 대출해준 사업장을 30억원에 매각하라는 얘기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참여한 중·후순위뿐 아니라 선순위 채권자마저 채권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순위 대출자는 일반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 50%를 적용해 대출에 참여한다. 경·공매 시장에서도 자산 가격의 50% 수준이 할인 매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그동안 선순위는 ‘떼일 가능성이 없다’는 시장의 약속이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이 이뤄져온 것”이라며 “‘50% 불문율’을 깨라고 강요하면 앞으로 어떤 금융회사도 선순위 대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행사 관계자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며 “PF 정상화 방안이 오히려 시장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NPL(부실자산) 시장이 본격화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시행사와 외국계 펀드가 주요 플레이어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산의 헐값 매각은 일부 시행사가 사업지를 다시 찾아오는 모럴해저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기존 시행사가 경·공매로 나온 본인의 사업장을 입찰받기 위해 새 법인을 만들고 금융회사와 손잡는 식이다. 기존 시행사가 사실상 중·후순위 채무를 떼어내고 사업을 재추진하는 셈이다. 일부 채권자와 손잡고 고의로 사업장을 경·공매로 나오게 하려는 외국계 펀드도 나타나고 있다. 한 시행사 대표는 “합법적으로 부실을 털어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NPL을 낙찰받는 업체에 이익 상한 등을 정해 분양받을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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